한기총-한교연, ‘통합을 위한’ 선언
한국기독교총연합회(대표회장 이영훈 목사)와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정서영 목사)은 12일 오후 1시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통합을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당초 기대를 모았던 ‘통합’ 선언은 아니다. 한기총과 한교연이 ‘통합을 위한’ 선언을 하고, 향후 양 기관 통추위를 중심으로 통합 절차를 밟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다.
양 기관은 이날 “한국교회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하나 되는 것은 복음주의적 교회의 연합과 일치를 의미하는 아주 중요한 것”이라며 “한기총과 한교연은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종교개혁의 정신을 승계하고, 시대적 요청을 겸허히 수용하며 대통합을 위해 나아갈 것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동안 통합을 위해 함께 노력해 왔고, 양 기관을 대표하는 대표회장과 양 기관에서 구성한 통합추진위원회가 여러 차례 진지한 논의를 했다”면서 “영적 리더십 회복과 더불어 대사회적으로도 국민대통합을 주도해 가고, 통합의 가치를 제시할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합의한 사항을 중심으로 통합에 대한 세부 사항 조율과 절차를 진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은 지난 4일 한기총-한교연의 대표회장과 양 기관의 통합추진위원장 등 4명이 모인 가운데 작성한 내용과 같다.
▲통합을 위한 선언 후 세부사항 및 절차는 양 기관의 통합추진위원장(한기총 엄기호 목사, 한교연 고시영 목사)에게 위임한다. ▲분열 전 7·7 정관을 기본으로 한다. 당시 가입된 교단 및 단체는 그대로 인정하며, 그 이후 한교연, 한기총에 가입한 교단 및 단체는 양 기관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아니한 교단 및 단체는 인정하고, 심의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교단 및 단체는 심의하여 받아들인다. ▲ 양 기관 직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그대로 승계한다.
이들은 “합의문을 중심으로 가능한 한 오는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 전까지 통합 작업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한교연이 그동안 통합 논의 과정에서 다락방 류광수 목사로 대표되는 한기총 내 이단 문제 해결을 전제 조건으로 내세웠던 만큼, 문제는 다락방과 관련한 이단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교연 바수위는 조용기 목사와 이영훈 대표까지 이단성의 문제를 제기한 사실이 있다. 이영훈목사는 특정 교단을 한기총에서 받아들이는 순간 이미 이단의 문제가 검증되었기 때문에 이단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영훈 목사는 2015. 7. 21. 오전 7시 30분 강남 팔레스 호텔에서 모인 임원들 간담회에서 류광수목사는 이단이 아니라고 사실상 인정한바 있다. 이목사는 아무나 이단을 정죄해서는 안되고 류광수목사는 이미 한기총에 회원가입할 때 이단검증작업이 끝났기 때문에 더는 이단검증을 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사실상 홍재철 직전 대표회장 재임 중 검증한 결과를 인정하고 다시 확인한 셈이 되었다. 이영훈 목사는 “문제 삼을 것은 삼위일체나 사도신경의 고백에 대한 것을 문제로 삼아야지 다른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 않느냐”며 본질적인 것만을 갖고 문제 삼아야지, 비본질적인 것을 갖고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고 사실상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사실들을 볼 때 일부에서는 이영훈 목사가 류광수 목사 등 다른 교단에서 이단시하는 교단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기자회견 이후 열린 질의응답 시간에는 이영훈 목사에게 “‘한기총-한교연 통합’과 ‘한교총’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영훈 목사는 “교단장 회의가 한국교회를 하나로 만들기 위해 한교총을 출범시켜서 오늘 여기까지 이르게 된 것”이라며 “그것은 이중국적과 같은 것이 아니라 한교총은 한기총과 한교연이 하나가 됨으로써 그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한교연 대표회장 정서영 목사도 “한교연은 한교총의 실체를 인정한 적이 없으며, 한교총은 한기총-한교연이 통합되면 사명을 다하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덧붙였다.
11일 열린 한교연 제6-3차 임원회에서 논란이 됐던 류광수 목사와 개혁총회의 한기총 회원권 제한 문제에 대해서 이영훈 목사는 “지난 1월 9일 세계복음화전도협회가 한기총을 탈퇴했고, 4월 11일자로 류광수 목사가 한국교회 통합에 어려움을 주는 일이 없도록 연합단체나 교단에서의 활동을 자제하겠다고 약송했다”며 “한교연의 요청사항인 회원권 제한까지는 아니지만 서면으로 활동 자제에 대한 약속을 받았음을 알려드린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이영훈 목사에게 통합과 관련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 한기총과 달리 대표회장의 결정일지라도 임원회의 결의를 거쳐야하는 한교연은 오늘 선언 이후의 과정도 임원회에서 결의를 해야만하는 상황이다. 또한 지난해 통합선언 기자회견을 했음에도 지금까지 통합에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여왔음을 볼 때 한기총과 한교연이 실질적인 통합을 이룰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