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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10년의 미래>(정재영 지음, SFC출판사, 2012)]를 중심으로

2016년 한국교회의 대표적인 특징은 두 가지다. 첫째는 많은 사람들을 교회 안에 한꺼번에 모아놓고 예배드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비기독교 신자의 즉각적인 개종 또는 예수님의 영접을 일방적이고, 강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한 지역에 터를 잡고, 양적 성장을 위해 주변 교회들과 경쟁한다. 예배당 건축을 위해 전도와 헌금을 강요하며, 그 지역에서 가장 큰 예배당을 가지려고 한다. 이는 교회 역시 양극화가 극심하기 때문이다. 대형교회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개척교회나 소형교회는 사람들이 가지 않는다.

대형교회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 중 하나는 ‘개척교회처럼 헌금을 강요하지 않아서’ 라는 한 성도의 부끄러운 고백도 있다. 교회가 거대해지면 조직의 관료화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하나님 나라의 사역자라기 보다는 기능직 종사자로 전락한다. 또한 교회 내 권력의 중앙집권화가 심화되어 결정권이 소수에게 편중된다. 교회 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평신도들은 교회 관료들의 정책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실정이다. 교회 재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대형교회는 거의 없다. 종교교육학자인 존 웨스터호프는 교회의 공동체성을 담보하기 위한 적정 인원수를 300명이라고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한국교회에는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대형화 혹은 대형화 과정에서 파생된 한국교회의 문제점들(목사의 공금횡령, 목사의 비도덕성, 세습, 교회 내 파벌)에 실망해 많은 기독교인들이 한국교회를 이탈하고 있다. 더 이상 한 교회에 머무르지 않고, 매주 다른 교회로 떠돌아다니는 일명 가나안 신자의 숫자가 300만 명이나 된다는 웃지 못할 통계수치도 있다. 천주교인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는데 비해 개신교의 숫자는 급격하게 줄어드는 가장 큰 이유는 개신교가 가장 폐쇄적인 종교라는데 있다. 인터넷이라는 매체를 통한 정보의 공유는 목사 한 명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형태를 가진 폐쇄적인 성향의 기독교에겐 가장 치명적이다.

이미 많은 성도들은 자신들이 다니던 교회를 떠나 인터넷을 통해 여러 목사의 설교를 비교해보고, 자신의 성향과 맞는 교회를 찾아가거나, 아니면, 교회라는 공동체를 부정하고, 가족예배 혹은 네트워크 예배와 같은 방법으로 개인적인 영성을 추구한다. 지금도 이런 많은 문제가 있는 한국교회가 만나게 될 10년 후의 한국사회의 미래에 대해 몇 가지 주제를 통해 간략하게 살펴보자.

 

1. 저출산

한국의 출산률은 세계적으로 최하위 수준이다. 한국사회는 전쟁 직후만 해도 평균 6명의 자식을 낳았다. 당시 2000만 명이었던 인구는 2015년 5300만 명까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한국사회는 인구과잉으로 인해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사회적 문제를 만들어가고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한국사회는 한 가구당 평균 1.23명의 자녀를 낳기 시작했다. 이는 일본의 출산률보다 낮은 것이며, 전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가장 낮은 수치다. 대부분의 한국교회 주일학교 학생 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이유는 바로 저출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10년 후 한국교회는 주일학교 자체가 없는 교회가 많아지고, 있더라도 극소수의 어린아이들만 존재하는 교회가 대부분이 될 것이다.

 

2. 고령화와 사회적비용

저출산 만큼 심각한 문제가 바로 인구고령화다. 1964년 한국의 기대수명은 59세였다. 그러나, 2015년 OECD에서 발표한 한국인 기대수명은 여성 85.1세, 남성 78.5세까지 올라갔다. 현재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의 나이를 평균 낸 평균수명(국가통계포털 발표)은 여성 84.4세, 남성 77.6세이다. TV에서는 100세 수명을 공공연하게 이야기하고 있다. 심각한 저출산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인구가 2025년까지 줄지 않는 이유는 바로 평균수명의 연장 때문이다. 문제는 인구가 고령화될수록 사회적 비용이 많이 지출된다는데 있다. (전 세계 인구를 기준으로 4초에 1명씩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개별적으로 보더라도 평균 196만 원이 드는 안정적인 노후자금을 준비한 한국인 비율은 전체의 14% 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나머지 86%의 한국인들은 전혀 대비조차 할 수 없는 현실과 싸우고 있다. 사회갈등의 원인이 될 수밖에 없는 고령화에 대한 모든 사회적 비용은 국가에서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작됐지만, 10년 후의 한국교회는 60대 이상의 노인들이 대부분이 될 것이다.

 

3. 부의 양극화 심화

한국 사회는 세계 어떤 사회보다 부의 양극화가 심하다. 게다가 부를 축척한 사람들의 사회공헌 의식수준 역시 매우 희박한 수준이다. 노동자들은 쉬운 해고와 저임금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자발적 취업포기(니트족) 청년의 수가 100만을 훨씬 넘었다는 뉴스가 나온다. 취업을 한다 해도 임시직 또는 비정규직이며, 월 150만 원 이하 급여를 받는 사람이 전체 근로자중 70%가 넘는다. 시간이 지날수록 물가 상승으로 인한 절대적 빈곤층이 늘어날 것이며, 부의 집중은 더 심화될 것이다. 부의 양극화는 한순간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700만이 넘는 기독교 인구를 가진 나라에서 이런 불평등이 있다는 건 기독교 문화가 생활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기독교 기업을 표방한 회사들이 이윤추구를 극대화하기 위해 오히려 비정규직을 더 확대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헌금의 양에 따라 교회 안에서의 영향력 크기가 달라진지 오래다. 이런 현실에도 예수님을 섬기는 교회라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 10년 간 가난한 사람들은 자기 소비를 줄이면서까지 소득의 더 많은 비율을 헌금으로 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십일조의 양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다. 부자가 얼마나 많이 다니느냐에 따라 교회의 재정상태가 결정될 것이다. 앞으로 10년 동안 지금보다 더 교회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 차별이 심화될 것이며, 이는 결국 교회 내 갈등으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교회 안에서만이라도 평등한 공동체가 되도록 지금부터 노력해야 한다.

 

4. 인터넷을 통한 정보의 대중화 = 개인주의 심화

급격한 과학기술의 발달은 라틴어로 되어 있던 신비적이고 신화적인 성경의 모순들을 전멸시켰다. 성경을 근본으로 하는 근본주의자들 역시 성경을 재해석해야 할 정도까지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루어졌다. 인터넷은 많은 유익함과 지식의 상향평등을 가져다주었다. 이 시대 사람들은 더 이상 제도 종교의 의례, 가르침, 계율을 더 따르지 않는다. 교회라는 공간 자체를 직접적으로 거부하기도 한다. 목사들의 설교는 이미 인터넷 속에 포화상태로 존재한다. 본인이 가진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에 따라 말씀을 구별해 들을 수 있다. 스스로 영성을 원하고, 추구하고 있지만, 더 이상 제도 종교에 소속되고 싶어하지 않는 특징도 가진다.

한국교회의 신도수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나친 헌금 강요와 잘못된 설교를 더 이상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만은 않는다. 교회에 남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할 수 없는 혹은 하기 어려운 노인들만 점점 남게 된다. 유럽은 이미 탈기독교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사회문화는 기독교 전통을 그대로 답습한다. 그러나, 아직도 한국교회 목사들은 헛된 꿈만을 꾸고 있다. 그들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가득 차는 대형교회 만을 꿈꾼다. 하지만, 이것은 우리가 변화해가는 방향과는 거리가 너무 멀다. 정보의 오픈과 공유로 인해 전통의 교회공동체는 천천히 무너지고 있다. 자신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 인터넷만 있으면 예배를 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교회에 직접 참석하는 교인들의 숫자 역시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미 사이버 교회가 만들어지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오프라인의 한국교회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인터넷에 인색하다. 그런 교회들일수록 인터넷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젊은 청년들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은 자유주의 신학을 발전시켰고, 그에 반대해 근본주의 신학을
더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5. 선교사 파송

2013년 12월 말 한국의 선교사 파송현황은 169개국 25,745명이다. 이 숫자 역시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10년 이내에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한국 선교사들의 가장 큰 단점은 각 나라에서 문화, 관습, 종교를 무시하고, 즉시 개종을 요구한다는데 있다. 후원하는 교회는
결과만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이젠 미국에서도 한국교회와 같은 설교를 동시간대에 들을 수 있다. 인터넷은 세계 어디에서도 접속이 가능하다. 선교사들이 그 나라에서 예수님을 위한 공동체로서, 또, 영성을 책임져야하는 사명이 명확해지지 않는 이상, 한국에서의 선교사 파송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6. 통일 후 한국

북한에 급속도로 인터넷이 들어가고 있다. 북한 고위층들은 김정은의 숙청을 피해 세계 곳곳으로 망명을 진행하고 있다. 대통령은 공식석상에서도 북한의 붕괴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정보가 오픈 된 상태에서 북한 역시 더 이상 권력세습을 할 수 없다. 세계의 한국 전문가들은 2020~2030년 사이에 한국에서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보고서를 내고 있다. 그러나, 통일 후 독일은 아직까지 사회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독이 동독을 흡수통합 했고, 동독 시민들은 서독 시민처럼 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회고하고 있다. 한국 역시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 형식으로 통일이 된다면, 남한은 막대한 통일비용을 감당해야 하고, 통일 후 사회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교회는 통일 후를 대비한 준비를 어떻게 하고 있는가. 현재 극소수의 교회에서 북한에 선교사를 보내고 있기는 하지만, 종북이라고 하면서 북한에 대한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정체성을 드러내는 한국 기독교는 통일 후 북한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막막하다. 10년 이내에 한 교회 안에서 남한 시민과 북한 시민이 함께 예배를 드릴 수도 있다. 그들을 인정해야 하지만, 인정할 수 없는 자아분열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어떤 교회는 [북한 시민은 예배에 참석할 수 없습니다] 라는 안내표지판을 교회 앞에 달 수도 있다.

 

7. 2016년 한국교회의 몇 가지 특징들

2016년 한국교회는 몇 가지 특징을 나타낸다. 문화사역을 중심으로 해 젊은 세대를 흡수하는 특화된 교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교회는 세상보다 더 빠르게 노화되고 있다. 노인이 된 목사님과 같이 늙어가는 성도와 교회는 다음 세대가 전무한 교회들도 많다. 청년들은 자신들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노인들이 가득한 교회에 더 이상 나오기를 꺼려한다. 목사님의 극우적 정치 참여 역시 젊은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회는 더 이상 청년들이 중심이 아니다. 교회는 그들에게 위로를 주지 못한다. 믿음을 가진 청년들은 위로를 받기 위해 문화사역으로 특화된 교회들로 모이고 있다.

한국교회는 더 이상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가 필요 없는 교회로 발전하고 있다. 한 명의 목사를 중심으로 중앙집권적이며 수직적 구조의 한국교회를 개인주의 성향을 가진 젊은 세대들은 견디지 못 한다. 오히려 네트워크 교회 혹은 평신도 교회 즉, 목회자 없이 스스로 모여 말씀을 묵상하고, 토론하며, 자기 영성을 발전시키는 공동체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성경에 대한 지식은 인터넷에 무한 오픈 되어 있기 때문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노동자와 한국 남성과 결혼을 위해 들어온 외국인 여성 그리고, 그들의 2세들을 위한 교회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처음엔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개선과 공동체 형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지금은 일정 수준의 예배형태를 갖춘 교회들이 많아졌다. 2050년엔 한국인구의 10% 정도가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과 그들의 2세가 차지하게 된다고 한다.

 

8. 글을 마치며

영국은 1900년대 초반만 해도 90%가 넘는 기독교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기독교인 수는 전체 인구의 6%대로 낮아졌다. 90%가 넘는 성도들을 수용하던 교회들은 관청 또는 공공기관, 미술관, 공연시설, 심지어는 나이트클럽 등 이미 다른 용도로 유용 된지 오래다. 남아 있는 교회 역시 국유화 되어 준공무원처럼 국가에서 목사에게 급여를 준다. 한국의 교회들은 영국의 교회를 교훈삼아야 할 것이다. 카리스마 있는 목회자를 중심으로 폐쇄적인 성격이 강한 한국교회는 인터넷의 발달로 개인주의화 된 성도들을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다. 게다가 저임금을 통한 헌금의 축소로 심각한 재정난을 한국교회는 이미 겪고 있다.

자, 우리 교회는, 당신의 교회는 10년 후의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지금부터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지 않으면, 한국교회엔 노인만 남게 된다. 그나마 노인들이 다 죽으면, 건물은 영국처럼 다른 용도로 하나 둘씩 쓰이게 될 것이다. 하나님의 진리의 말씀이 있고, 건강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교회만이 생명을 유지하며 마지막까지 살아남게 될 것이다.